'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소설이 시작됐다. 세 번을 썼다. 둘다 폐기됐다. 이유는 간명하다. 스스로 던진 질문을 소설의 형태로 형상화 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련이 남았다. 이 소설은 내게 언젠가는, 어떻게든 써야 할 빚이었다. 꾸준히 정신과학을 공부하고 개방병동과 요양원 주변을 맴돌았다. (...) 기회는 우연하게 왔다. 대학 선배가 광주 인근에 있는 어느 병원의 폐쇄병동에 들어갈 기회를 주선해 주었다. 나는 병동 사람들에게 당황스러울 만큼 환대를 받았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받아들여 졌다. 어떤 이는 밤사이에 쓴 시를 낭송해주었고, 어떤 이는 까맣게 채운 초등학생용 노트를 내밀며 자신의 글에 대한 평을 듣고 싶다고 했다. 그들이 떠나는 내게 속삭인 말은 '우리의 한을 풀어달라'였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런 약속도 할 수가 없었따. 그때에는 할 수 없었던 말을 지면을 빌려 전하고 싶다. 당신들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잊을 수 없는 여름이었노라고.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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