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하는 인간'이라는 부제를 단 장강명의 소설이다. 말로서 명령하여 상대방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자들을 호모도미난스, 흰원숭이라 부르며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을 읽으며 네이버에 검색해 서평을 보던 중, 작중 인물들의 개성이 살지 않는 다는 평을 보았다. 그 탓인지 인물들의 캐릭터를 의식하며 읽었고 그러하다고 느꼈다. 일본인 소년 스스미와 주인공격인 안시현, 이 둘 정도만 명확한 개성을 가진 것으로 보였고 나머지 인물들의 캐릭터는 눈에 확 띄지 않았고 잘 기억에 나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이곳저곳을 오가는 배경과 인물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작가의 말에 보면, 이전에 연재하다 중단한 다른 소설에서 설정을 따와서 완성시킨 소설이라고 했다. 그때의 배경은 베트남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태국이나 라오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소설이 진행되고, 등장인물들 역시 일본이나 한국, 라오스 사람이어서 이름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또한 '명령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인간'이라는 설정의 전달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설정 자체는 괜찮고, 설정과 관계된 세부사항들 역시 작가 스스로 잘 정리해둔 것 같으나, 이것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에서 그것이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과했던 부분이 있었다. 그리하여 독자는 소설의 핵심 설정들을 소화하고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이해하려 하는 동안, 그것들에 비해 부각되지 않는 각 인물들의 개성을 캐치하기 힘든 것이다.
사실 장강명의 다른 소설, [표백]이나 [댓글부대]만큼 좋지는 않았어도, 이렇게 비판받기엔 정당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은 괜찮은 읽을만한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런 휴머니즘은, 실제로 어떤 조직을 끌어가거나 정책 판단을 해야 할 때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한 사람보다는 수만 명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폭탄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테러범과 그 가족을 고문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두 사람의 목숨이라고 반드시 한 사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연쇄살인범 두 명을 죽여서 무고한 소녀 한 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치인들은 이런 점을 알고 있고, 외교관이나 경제학자, 군인이나 의사들도 압니다. 그러나 우리 시대에 그런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는 건 사회적인 자살행위나 다름없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웨이리원이 물었다.
"저는 세상에 두 종류의 윤리 법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개인 차원의 법칙이고, 다른 하나는 집단에 적용되는. 분자 하나의 움직임은 운동방정식으로 묘사하는 게 옳지만, 그 분자들이 한데 모인 기체에 대해서는 압력이니 부피니 절대온도니 하는 개념을 동원해서 전체를 한꺼번에 다뤄야 하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는 두 번째 윤리 법칙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를 하지 않았습니다. 집단의 윤리가 개인의 윤리와 너무 달라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거죠."
-흰원숭이들에게 알림:
일반인들과의 대화법을 익히십시오. 보통 사람들은 당신이 내리는 '명령'과 그럴 의도가 없는 평범한 제안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한마디 한마디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을 할 때마다 그 말이 불러올 결과를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정신조종은 화자의 의도보다는 받아들이는 사람의 해석에 좌우됩니다. 감정이 격하게 고양된 상태에서는 침묵이 최선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말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들 앞에서는 각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당신의 기대나 희망을 밝히기 전에 상대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을 습관으로 삼으십시오. 뜻하지 않게 주종관계가 만들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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