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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2015

[15-21]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컴플렉스라는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는 언어를 만들어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아름다운 첫 문장으로 소설을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Lolita, light of my life, fire of my loins.

My sin, my soul.

Lo-lee-ta


the tip of the tongue taking a trip of three steps

down the palate to tap, at three, on the teeth.

 Lo.Lee.Ta.



롤리타, 내 살므이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 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리-타



과거 소년시절, 한 소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고, 그녀를 못잊은 험버트는 '롤리타적' 성향을 가지게 된다.

롤리타는, 이후에 등장하게 될 소녀의 이름에서 나온 단어로,

돌로레스의 약칭 Lo에 애칭형어미 ita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이다.

그 이전에 그는 '님펫'이라는 단어를 정의하며 롤리타적 성향을 설명한다.


-실제로 나는 독자들이 '아홉 살'과 '열네 살'을 일종의 경계선으로 생각해주길 바라는데, 예컨대 안개 낀 망망대해 한복판에 거울 같은 해변과 장밋빛 갯바위가 있는 마법의 섬이 떠 있고 그곳에 내가 말한 님펫들이 머문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는 모두 님펫일까? 물론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나처럼 님펫을 잘 아는 사람, 나처럼 고독한 나그네, 나처럼 님펫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자들은 벌써 오래전에 미쳐버렸을 테니까. 미모가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야릇한 기품, 종잡을 수 없고 변화무쌍하며 영혼을 파괴할 만큼 사악한 매력이야말로 또래 가운데 님펫과 어중이떠중이를 가르는 기준이다.


그러나 이러한류의 도착은 사회에서 금기시 되어있기 때문에 그의 뜨거운 사랑은 항상 상상속에서만 머문다.

그러던 중 하숙을 하러 어느 도시의 집에 도착했는데, 거기에서 자신이 그토록 찾던 어릴적 소녀를 떠올리게 하는 '님펫'을 발견하고는

하숙인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후 그의 일기를 통해 롤리타에 관한 도착적인 상상과 관찰, 묘사가 표현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상상력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나는 롤리타를 영원히 사랑하게 되었음을 알았지만 또한 그녀가 영원히 롤리타로 남아 있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1월 1일이 오면 그녀는 열세 살이 될 터였다. 2년쯤 지나면 더는 님펫이 아니라'아가씨'가 되고, 그다음에는-끔찍하게도-'여대생'이 되리라. '영원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내 핏줄 속에 깃든 불멸의 롤리타와 그녀를 향한 나의 열정뿐이다. 아직 골반이 벌어지지 않은 롤리타,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촉각과 후각과 청각과 시각에 생생히 느껴지는 롤리타, 목소리는 날카롭고 숱 많은 갈색머리에, 앞머리는 짧고 옆머리는 돌돌 말리고 뒷머리는 곱슬곱슬한 롤리타, 목은 뜨겁고 끈끈하며 말버릇은 천박한 롤리타, 바로 그 롤리타를, 나의 롤리타를 가엾은 카툴로스는 영원히 잃고 말리라.


로와 그의 엄마 헤이즈 모두 험버트에게 마음이 있다.

험버트는 겉으로는 여성의 호감을 끄는 외모를 가진, 점잖아 보이고 젠틀한 느낌의 신사이다.

로가 계속 험버트에게 달라붙자 어머니는 로를 멀리 캠프로 보내버린다.

그리고 험버트의 관심을 사려 했지만, 험버트는 '님펫'이 아닌 여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결국 헤이즈는 험버트에게 편지를 쓰고 외출을 한다.

편지의 내용은, 자신은 자신의 하숙인 험버트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당장 집에서 떠나달라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돌아왔을 때 험버트가 아직 남아있다면, 결혼한다는 의사로 받아들이겠다고.


잠깐 고민하던 험버트는, 결혼으로 인해서 사랑하는 로와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을 수 있을거란 계산아래 헤이즈와 결혼하게 된다.


-그 술기운 덕분에 엄마를 애무하면서 딸을 떠올릴 수 있었다. 1934년에는 이 허연 배 속에 나의 님펫이 작은 물고기처럼 웅크리고 있었겠지. 정성껏 염색한 이 머리카락은 냄새도 감촉도 나에게 전혀 감흥을 못 주지만, 침대 위에서 적당한 불빛을 받으면 질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빛깔만은 롤리타의 곱슬머리와 비스해지는구나. 새로 얻은 아내의 완숙한 몸에 올라타면서 이것이야말로 생물학적으로 롤리타와 가장 가까운 육체라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 로테도 롤리타와 같은 나이였을 때는 딸 못지않게 매력적인 여학생이었을 테고, 언젠가 태어날 롤리타의 딸도 그렇게 자라나리라.


-그녀가 나의 롤리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은 드물었다. 우리의 썰렁한 침실에는 다른 사진은 하나도 없고 금발의 남자 아기를 찍은 흐릿한 사진 한 장이 전부였는데, 차라리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기분 나쁜 공상 중 하나로, 죽은 아기의 영혼이 이번 결ㅎㄴ에서 태어날 아이의 몸을 빌려 이승으로 돌아오리라 예언하기도 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해럴드 아이의 복제품 따위로 험버트 집안의 혈통을 잇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지만(롤리타의 경우는 어느새 내 아이로 여기게 되어 근친상간의 전율까지 느꼈다), 혹시 이듬해 봄쯤에 재수 좋게 샬럿이 제왕절개 수슬을 받는 등 일이 복잡해져 산부인과 병동에 오래 머물게 된다면 몇 주 동안 나의 롤리타와 단둘이 지내면서 수면제에 취해 곯아떨어진 님펫을 마음껏 탐닉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헤이즈는 험버트의 일기를 발견한다.

일기의 내용은 온통 로에대한 여러 종류의 상상과 관찰이다.

헤이즈는 충격을 먹고 분노한다.

험버트는 그게 아니라며,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으로 이름이 마땅치 않아 헤이즈와 로의 이름을 넣었다며 변명한다.

헤이즈는 짐을싸고 당장 집에서 나가지만, 문 바로 앞에서 우연히도 차에 치어 죽고 만다.


험버트는 침착하게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아내를 잃은 슬픈 남편의 모습을 연기한다.

차를 몰고, 캠프에 간 로를 데리러 간다.

로에게는, 엄마가 몹시 아프며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그곳으로 가자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미리 준비해둔 수면제로 어느 호텔에서 재운다음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려는 속셈이었다.

수면제를 먹이고 일을 시도하지만, 로가 깨어버리게 되고, 엉뚱하게도 로가 먼저 험버트에게 관계를 제안한다.

그렇게 둘은 차를타고 전국의 숙박업소를 돌며 관계를 가진다.

시간이 흐르고, 로는 험버트에게 점점 질려가고 관계가 역전되어 간다.



-사랑하는 돌로레스!(*롤리타를 말한다) 나는 너를 지켜주고 싶단다. 어린 여자애들은 석탄 창고나 뒷골목에서, 그리고 너도 잘 알다시피 화창한 여름날 블루베리 숲에서도 온갖 끔찍한 일을 당할 수 있으니까.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나는 언제나 너를 지켜줄 거야. 네가 착하게 굴면 머지않아 법적인 보호자 자격도 받아낼 생각이다. 그렇지만 돌로레스 헤이즈, '음란하고 호색적인 동거 관계'같은 말을 합리적이라고 인정해주는 이른바 법률 용어 따위는 잊어버리자. 나는 어린애한테 못된 짓을 하는 성범죄자도 아니고 정신병자도 아니야. 강간범the rapist은 찰리 홈스 같은 놈이고, 나는 치료사therapist란다. 띄어쓰기만 다르지만 크나큰 차이가 있지. 나는 네 아빠다,로. 어린 소녀들에 대한 이 학술서를 읽어봐라. 여기 뭐라고 써있는지 보라고. 내가 읽어볼까. 정상적인 아이는 아버지를 기쁘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기 마련이다. 아버지에게서 막연한 이상형의 남자를 느낀다. 그러므로 현명한 어머니라면 아버지와 딸의 친밀한 관계를 장려하기 마련인데, 이는 딸이 아버지와 교류하는 과정에서 이상적인 연애상과 남성상을 형성해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유쾌한 책에서 교류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다시 읽어볼까. 시칠리아인들은 아버지와 딸의 성관계를 당연시하며, 그런 관계를 맺은 여자가 공동체 안에서 비난을 받는 일은 없다. 아무튼 며칠 전에 우리가 본 신문에 어느 중년 패륜범에 대한 기사가 있었지. 맨 법을 위반하고 부도덕한 목적으로 아홉살 먹은 여자애를 데리고 주경계선을 넘은 죄를 인정했다는 시시한 기사 말이야. 사랑스러운 돌로레스! 너는 아홉 살이 아니라 거의 열세 살인데, 혹시라도 네가 내 노예가 돼서 전국 방방곡곡 끌려다니는 신세라고 생각하는 일은 없기 바란다. 나는 네 아빠야. 그리고 알아듣게 얘기하겠는데, 너를 사랑한단다.

 마지막으로, 만약에 미성년자인 네가 고상한 모텔에서 어른의 윤리 의식을 흔들어놨다고 고발당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자. 그때 네가 경찰한테 내가 너를 유괴하고 강간했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일단 경찰이 네 말을 믿는다고 치자. 스물한 살 이상인 남자가 미성년자인 여자와 육체관계를 맺었다면 범행 수법에 따라 최고 10년형이지. 그럼 나는 감옥으로 가는거야. 그래, 가지 뭐. 그런데 고아인 너는 어떻게 될까? 나보다야 운이 좋은 편이지. 공공복지부의 보호를 받을 테니까. 물론 전망이 좀 어둡긴 해. 미스 팔렌처럼 근엄하면서도 훨씬 더 완고하고 술도 안 마시는 아줌마가 네 립스틱이랑 예쁜 옷들을 압수하겠지. 마음대로 나다닐 수도 없고! 힘없는 아이들, 버림받은 아이들, 말썽꾸러기나 비행청소년들에 대한 법률이 너도 들어봤는지 모르겠구나. 내가 철창 속에서 썩는 동안 너는, 보호자도 없는 너는 결국 몇 군데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될 텐데, 사실은 모두 비슷비슷한 곳이지. 소년원, 감화원, 청소년 보호소, 아니면 훌륭한 고아원 같은 데서 뜨개질도 하고 찬송가도 부르고 일요일엔 쉰내 나는 팬케이크도 먹겠지. 너는 그런 곳으로 가게 될거야. 롤리타-나의 롤리타가, 이 롤리타가 카톨루스 곁을 떠나면 그런 데로 가는 거지. 너처럼 버릇없는 아이는 어쩔 수 없으니까. 더 쉽게 말하자면, 만약 우리 사이가 들통난다면 너는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나서 공공시설에 수용될 거야. 귀염둥이야, 그게 결말이란다. 네가, 나의 롤리타가(이리 오너라, 갈색 꽃봉오리야) 다른 얼간이 서른아홉 명과 함께 지저분한 기숙사에서 무서운 아줌마들의 감시를 받으며 살아야 한단 말이야. 현실이 그러니까 네가 갈 길은 그것 뿐이지. 이런 상황이라면 아빠 곁에 있는 편이 낫지 않겠니, 돌로레스 헤이즈?


-고백하건대 나는 생식샘과 신경절의 상태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극과 극을 오가는 광기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1950년쯤 되면 롤리타가 지닌 님펫의 마력도 사라져버리고 다루기 힘든 사춘기 소녀만 남을 테니까 어떻게든 떼어버려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다가 혹시 운이 좋으면 그녀가 내 피를 이어받은 아름다운 님펫을 낳아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롤리타 2세는 1960년경에 여덟 살이나 아홉 살이 될 텐데, 그때쯤에도 나는 여전히 한창나이이리라. 제정신인지 남의 정신인지 몰라도 내 마음속의 성능 좋은 망원경은 까마득한 세월을 뛰어넘어 아직도 파릇파릇한 노인의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괴상하면서도 자상한 험버트 박사가 침을 질질 흘리면서 황홀할 만큼 사랑스러운 롤리타 3세에게 할아버지 노릇을 하는 장면이었다.


로는 점점 험버트에게 질려가고, 험버트의 집착과 광기도 심해진다.


-나로서는 하기 싫은 일이지만 이제 롤리타의 행실이 확실히 나빠졌다는 사실을 기록해야겠다. 그녀는 늘 나의 욕망에 불을 붙이면서도 정작 자신은 별다른 욕망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돈 문제가 표면화된 적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나약했고, 현명하지 못했고, 그래서 여학생 님펫의 노예가 되고 말았다. 인간적인 요소는 줄어들었지만 열정과 애정과 고뇌는 점점 늘어만 갔고, 그녀는 바로 그 점을 이용했다.

 나는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그녀에게 매주 용돈을 주었는데, 비어즐리 시절 초기에는 21센트였지만 말기에는 1달러 5센트까지 올려주었다. 당시 내가 갖가지 작은 선물을 끊임없이 갖다 바치고 언제든지 말만 하면 과자도 사주고 달빛 아래서 영화도 보여주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꽤 많은 돈이었다. 물론 그녀가 또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런저런 놀거리를 간절히 원할 때는 덤으로 입맞춤을 해달라고 하거나 심지어 다양한 애무를 골고루 해달라고 다정하게 요구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만만찮은 상대였다. 하루에 3센트, 혹은 15센트를 벌면서도 몹시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으며, 효과는 더디게 나타나지만 내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만큼 강력하고 신기한 낙원의 묘약을 나에게 베풀 수 있으면서도 틈만 나면 그것을 미끼로 무자비만 협상을 벌였다. 이 묘약이 없으면 나는 며칠밖에 견디지 못했지만 사랑에서 비롯된 번민의 본질 때문에 그걸 강제로 빼앗을 수도 없었다. 자신의 감미로운 입술이 지닌 매력과 마력을 잘 아는 그녀는 황홀한 포옹의 가격을 3달러까지, 때로는 4달러까지 인상했다. 아, 독자여! 쾌락에 겨워 괴로워하는 와중에도 10센트, 25센트, 혹은 큼직한 1달러 은화 따위를 요란스럽게 쏟아내는 내 모습이 떠오르더라도 부디 웃지 마시라. 내가 간질병 환자처럼 몸부림칠 때 그녀는 내 곁에서 작은 손 가득히 동전을 움켜쥐었다.


이제는 로가 험버트에게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고, 험버트는 로에게 완전히 집착하게 된다.

완전히 역전된 관계속에서, 로는 돈을 모으며 험버트로부터의 도주를 계획한다.

험버트의 광기는 점점 더 심해지고, 로는 다른 님펫성애자로 보이는 퀼티의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한다.


3년이란 시간동안 험버트는 롤리타를 찾아다니고, 어느날 편지를 받는다.


-아빠에게

어떻게 지내세요? 저는 결혼했어요. 곧 아기를 낳을 거예요. 몸집이 큰 녀석인가봐요. 크리스마스쯤에 태어날 듯싶어요. 이 편지를 쓰기가 참 힘드네요. 우린 어서 빚을 갚고 이곳을 뜨고 싶은데 돈이 모자라서 미치겠어요. 딕이 기계 분야에서 아주 특수한 일을 하는데, 이번에 알래스카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게 됐거든요. 제가 아는 건 그것뿐이지만 정말 신나는 일이에요. 우리 집 주소를 밝히지 않아서 죄송하지만 아직도 저에게 화를 내고 계실지도 모르고, 또 딕은 몰랐으면 싶어서요. 이 도시는 정말 대단한 곳이에요. 스모그 때문에 얼간이들 얼굴이 안 보여서 고마울 정도예요. 아빠, 부탁인데 수표 한 장만 보내주세요. 한 삼사백 달러, 아니면 더 적게 부치셔도 그럭저럭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액수는 얼마든 좋아요. 제가 남긴 물건들을 팔아도 돼요. 알래스카에만 가면 돈이 막 굴러들어올 거예요 꼭 답장주세요. 저는 그동안 슬픈 일, 괴로운 일을 많이 겪었어요.


편지를 받고 험버트는 롤리타를 찾아내러간다. 그 릭이라는 양반을 죽이기 위해. 그러나 막상 롤리타의 집에 도착하였을 때, 다른 진실을 알게된다.

자신으로부터 롤리타를 도망치게 하고 꼬셔내 결혼한 자를 죽이려고 하였지만 그것은 릭이 아니었고, 퀼티라는 자라는 것이었다.

이 릭은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를 전혀 모르는, 방랑하다 만난 순박한 청년이라는 것이다.

험버트의 심정은 허무하다. 복잡하다. 여전히 롤리타를 사랑하는 험버트는 자신과 도망쳐서 함께 살자고 이야기하지만, 롤리타는 거절한다.

험버트는 복수의 상대와 사모하는 연인을 모두 잃었다. 험버트의 광기는 퀼티를 향했다.


-

"잘 생각해봐, 네가 유괴했던 돌리 헤이즈를"

"그런 적 없어!" 그가 소리쳤다. "그건 오해야. 오히려 짐승 같은 변태한테서 구해줬다고. 이 미친자식아. 딴놈이 겁탈한 것까지 내가 책임질 순 없잖아. 말도 안되지! 그때 차 타고 따라다닌 건 그냥 시시한 장난이었고, 어쨌든 아이는 되찾았잖아? 자, 이러지 말고 술이나 한잔하자고. 아, 생각좀 해봐야겠어. 간단한 문제가 아니잖아. 그건 그렇고.... 내가 잘못을 하기는 했지. 그래서 진심으로 후회해. 하지만 나는 당신 딸 돌리와 재미를 본 적도 없단 말이야. 우울한 얘기지만 사실은 내가 발기불능이나 다름없거든. 그리고 내 덕에 그애도 굉장한 휴가를 즐겼지"

우리는 다시 맞붙어 몸싸움을 벌였따. 덩치만 커다랗고 재간은 형편없는 아이들처럼 서로 부둥켜안은 채 방바닥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퀼티는 가운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고 노린내도 극심해서 그가 내 몸에 올라탈 때마다 숨이 콱콱막혔다. 내가 그를 올라탔다. 우리가 나를 올라탔다. 그들이 그를 올라탔다. 우리가 우리를 올라탔다.


험버트는 퀼티를 죽였고, 수감되었고, 정신병동의 독방에서 재판을 기다리며 이 [롤리타]의 기록을 작성한다.

그의 마지막 바람은, 그가 죽고, 롤리타마저 그녀의 인생을 모두 끝낸 후에 이 책을 출판해 달라는 것이었다.


-[롤리타]의 도입부에서 사용한 이런저런 기법(예컨대 험버트의 일기장) 때문에 최초의 독자들은 더러 이 책을 음란 서적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은 관능적인 장면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가자 실망하고 따분해하다가 결국 독서를 중단하고 말았다. 출판사 네 군데 중에서 어떤 곳은 이 원고를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으리라 짐작한다. 그 사람들이 이 작품을 포르노그래피라고 생각하든 말든 내가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그들이 이 소설을 출판하려 하지 않은 까닭은 내가 주제를 다룬 방식이 못마땅해서가 아니라 주제 그 자체 때문이었따. 대부분의 미국 출판사는 적어도 세 가지 주제를 철저히 금기시하는데, 이 책에서 다룬 주제가 하필 그중 하나였다. (...)

젊잔은 분들은 [롤리타]에서 아무것도 배울 수 없으므로 무의미하다고 단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교훈적인 소설은 쓰지도 않고, 읽지도 않는다. 존 레이가 뭐라고 말하든 간에 [롤리타]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책이 아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에게 소설이란 심미적 희열을, 다시 말해서 예술을 기준으로 삼는 특별한 심리상태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에만 존재 의미가 있다. 그런 책은 흔치 않다. 나머지는 모두 시시한 졸작이거나 이른바 관념 소설인데, 마치 거대한 석고 덩어리처럼 한 시대에서 다음 시대로 조심스럽게 전해지는 관념소설도 사실은 시시한 졸작일 때가 아주 많다. 언젠가는 누군가 망치를 들고 나타나서 발자크와 고리키와 토마스 만을 힘차게 때려부수리라.


작가의 말에서도 언급됬던 것처럼, 끝까지 읽어내기 쉽지 않은 책이다.

자극적인 소설이라 비난도 많이 받았던 책이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카페에서든 지하철에서든 책의 표지를 가려야 할것 같은 부끄러움 들었다.

그만큼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물론 과거에도 그랬겠지만) 금기시 되는 주제를 가진 책이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평가중에는 이 도착적인 소설에서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험버트의 사랑이야기라고 보는 관점이 있다.

단지 롤리타적 취향을 쓴 관음적 소설이라기 보다는, 아주 아름다운 심미주의 문장으로 가득한 사랑이야기라는 것이다.

끝가지 읽어내야만 알 수 있는, 험버트의 사랑은 진지했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야기라고 해석하기엔 우리가 가지는 여러 윤리적 잣대에서 걸리는 부분이 많다.

분명 읽다보면 그렇게 느끼기도 하는데 무언가 불편한 것이다.


그러나 고전의 반열에 당당히 오르고, 롤리타 컴플렉스 등의 사회적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자리잡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러한 가치판단의 틀을 잠시 내려놓고 이 심미주의적 문장들을, 스토리라인을,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 자체를 한번 감상해보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불편한 것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는데

윤리적 판단이나, 이 시대 속에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주제에 대한 불편함을 버려야만 진정으로 이 책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