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4]댓글부대 - 장강명
1.장강명 작가의 책 [표백]을 인상깊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 였던가? 꽤나 신선한 생각이라고 생각했고, 어느정도 동의했다.
2.'각 챕터의 제목은 요제프 괴벨스의 어록이라고 하여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문장들입니다. 그 말들을 정말 괴벨스가 했는지는 명확치 않습니다.'라고, 출처를 밝힌다. 요제프 괴벨스를 검색해보니, 나치 독일에서 '국민 계몽 선전부 장관'의 자리에 앉아 나치 선전 및 미화를 책임졌던 인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챕터의 제목들은 이러하다.
1장. 선전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매일 매시간 민중의 맥박 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떻게 맥박이 뛰는지 듣는 것이다.
2장.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3장.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4장. 피에 굶주리고 복수에 목마른 적에 맞서려면 무엇보다 한없는 증오를 활용해야 한다.
5장.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지 국민들에게 낙관적 전망을 심어줘야 한다.
6장. 선전은 창조와 생산적 상상력에 관련된 문제이다.
7장. 대중에게는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8장. 언론은 정부의 손안에 있는 피아노가 돼야 한다.
9장.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그리고 각 챕터의 제목들은 각 챕터의 내용을 잘 요약하고 있는듯하여 읽는 내내 놀라웠다.
3.그보다 놀라웠던 것은, 이 책에서 실존하는 단체, 사이트, 용어, 기관 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령 새누리당이나 정의당이 나오고, 국정원이 등장하기도 하며, 일베나 오유 등의 사이트와 거기서 쓰이는 용어들이 사용된다.
어디에서도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었지만 이렇게 실제 단체들이 등장한다는 것이 하나의 충격이었다.
이제껏 읽었던 모든 세태를 다룬 소설들에선 이러한 것들의 이름을 바꾼다던지 하는 방법으로 돌려서 표현해왔었고,
이것이 마치 소설이라는 형식이 가져야하는 현실과의 거리두기 제1법칙인냥 굳건히 믿어왔다는 내 자신에 대해서도 놀랬다.
생각해보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고, 그래야만 할 이유도 없다.
어찌보면 그러한 전략은 거리두기이기도 하지만 도주이자 회피일 수도 있다.
작가는 뒤에서 이렇게 밝힌다
'이 소설은 전적으로 허구입니다. 간혹 현실에 실제로 있는 인물이나 단체, 인터넷사이트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그 묘사는 제가 지어낸 것입니다. 익숙한 이름들을 섞어 그럴듯한 분위기를 내고 싶었던 소설가의 욕심을 너그러이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떤 개인이나 단체도 비방하거나 모욕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작가인 저는 이 소설에 나오는 어떤 견해도 찬성하지 않고, 어떤 인물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4.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몇장 읽어 넘어가니, 인물 이름이나 핵심 단어로 추정되는 것들에 동그라미나 별표 혹은 세모표가 그려져있다. 눈살은 찌푸려지지만 이런 책이야 도서관에서 자주 볼 수 있으니 그러려니 했다. 12페이지에서 찻탓캇의 대사 '전 정말 목숨 걸고 나온거예요. 지금 이 자리도 국정원이나 기무사가 도청하지 않을까 겁이 나 죽겠어요.'라는 대사 옆에는 -> 화살표가 그려져 있고, '장치'라고 씌여있다. 당장이라고 찾아가서 명치를 때려주고 싶다. 도서관 책에 왜이러는 걸까. 읽어나가다 보면 '복선'이니 하는 단어들을 계속해서 적어놓았다. 옛날 인터넷에 돌던 짤방에서 코난 만화책에 범인이라고 써놓은 놈을 만났을 때는 마냥 웃겼는데, 이건 너무 열받는다.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