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E B1 시험 후기
델레 시험을 쳤던건 2017년의 마지막 시험, 11월 25일과 26일이었다.
양일로 시험이 나뉘면 "말하기" 파트가 다음날로 잡힌다.
접수를 빨리 하면 당일에 끝난다느니, 서울에 살면 대부분 2일에 걸쳐 시험을 친다느니 하는
소문들이 무성하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이틀에 나눠서 시험을 치는 편이 더 좋았다.
하루 시험을 끝내놓고, 다음날 시험 전까지 말하기 파트만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면 되기 때문.
델레 접수를 마치면 하루~이틀 내로 세르반테스에서 inscripcion이라는 메일이 날아온다.
그리고 시험 1~2주일 전부터 델레를 관리하는 한국 시험장? 측에서 수험표와 시험에 관한 안내 메일들이 온다.
inscripcion과 외대 홈페이지에서 한국어로 된 수험표를 뽑아, 시험 당일 외대로 향했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입실시간 전까지는 건물에도 못들어가는 상황이라 앞에서 대기했다.
스페인어 학원 전단지를 뿌리는 분들도 많았다.
입실시간이 다가오자 건물에 들어갈 수 있었고, 층별로 nivel이 나뉘어있었다.
전체적으로 시험 감독관들이 교실마다 원어민+한국인으로 있었는데,
처음에는 한국인 감독관 분이 안계셔서 원어민 감독관 분이 주의사항 등을 스페인어로 말해줘서 당황했다.
독해+듣기 파트가 쉬는시간 없이 바로 이어져서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커피나 초콜릿 등을 가져가라는 후기들이 많았는데, 내 경우에는 가방과 소지품 전부를 교실 뒤로 놓으라 하였고,
먹을 것을 따로 올려둘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책상마다 연필, 연필깎이, 지우개를 주고 해당 도구만을 사용하여 시험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1.독해+듣기 파트
게으른 탓에 후기를 너무 늦게 남긴다. TAREA 별로 내용을 적어보고 싶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독해는 이상적인 결혼식에 대한 내용, 기타를 만드는 사람의 일대기, 비행기표를 잘 사는 팁 등의 내용들이 나왔다.
다 풀고 답안지에 체크하고도 약간 시간이 남았고 어느정도 확신도 있어서 잘 쳤다고 생각했으나, 결과를 보니 16.67점으로
잘 봤다고 생각한건 기분탓이었나보다.
어쨌거나 조금 남는 시간에 듣기 파트 문제와 선택지를 읽어보았는데, 보면 제지하지 않을까 걱정해 조심스레 살펴보았지만
다행히도 막지 않았다. 감독관에 따라 다음 파트 미리 넘겨보지 말라고 하는 곳도 있는듯 하다.
미리 지문을 봐둔 덕분에 듣기 파트 역시 수월하게 진행했다. (고 생각했다. 점수는 14.17..)
생각보다 아르헨티나 발음이 많이 나와서 빡셌다.
2.작문 파트
한 40분 정도? 쉬고 작문 파트를 시작했다.
별로 자신없는 파트였는데, 전날 SAMPLE 문제 몇개를 풀어보며 이 표현은 꼭 써야겠다, 하는 것들을 몇개 생각해 두었다.
hace x anos que ~~ 나 fue una experiencia muy interesante 뭐 이런식으로
dele b1에서 나오는 문제들이 개인의 경험이나 생각들을 묻는 문제들이라서, 이렇게 준비해두면 쓸 상황을 만들 수 있다.
tarea1은 바야돌리드에 사는 친구의 근황을 묻고, 방문하고 싶다며 날짜와 장소를 잡거나 하고싶은 일을 적는 내용이었다.
작문에서 중요한 일은 tarea별 시간배분과, 말하고 싶은 스토리에 심취해 문장 실수를 범하지 않는 일이다.
실수하지 않을 자신있는 문장으로 스토리를 엮어가는게 좋다.
tarea2는 두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나에게 특별한 장소'라는 옵션이 더 쓰기 쉬울거 같아서 다른 옵션은
바로 스킵해서 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어떤 장소인지, 누구랑 언제 갔는지, 그곳에서 할 수 있었던 일이 무엇인지, 무슨일이 있었는지 등을 쓰는 옵션이었다.
이것 역시 적당히 스토리를 지어내서 자신있는 문장들로 엮어가면 된다. 위에서 준비해갔던 표현들을 써서
요구하는 글자수를 채우려 노력했다. 연습때보다 작문은 잘 썼다고 생각했다. (15.73점)
3.말하기 파트
첫날 시험을 끝내고 집에와서 푹 쉬었다. 다음날 5시?정도에 시험이 잡혀 있어서 내일 준비해야지 하고 그냥 쉬었다.
작문처럼 말하기때 쓸만한 문장들 몇개 생각해두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시간이 분산되어 있어서 전날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다들 계단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자신들이 준비해온 문장을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접수를 끝내고 기다리다보니 준비실로 불렀고, 15분인가 준비시간을 주며 opcion을 고르고 준비하라고 메모지를 줬다.
'어렸을 적 친했던 친구 /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은 나라' 이 두 가지 옵션이었는데, 나는 후자를 골랐다.
쿠바에서 배우고 싶다. 쿠바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이러저러한 에피소드가 있었고.. 사람들도 친절했으며..
스페인어를 배운다면 그때 갔던 어느 도시에서.. 뭐 이런 내용을 구상하며 종이에 끄적끄적 거렸다.
후기를 읽어보니 종이를 말하기 시험장에 가져갈 수는 있지만, 가서 보고 읽는다던지, 종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일들은
막는다 하니 말할 문장 전체를 쓰는 것보다는 슬쩍 보면서 말을 이어갈 수 있도록 키워드나 문장의 첫부분 정도만
적어두는 편이 좋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두 명의 감독관이 있고, 한명은 나와 인터뷰를, 다른 한 명은 내 뒷편에 앉아 평가?를 하는듯하다.
tarea1에서 쿠바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싶은 이유, 공부 외에는 무엇을 할건지, 등등을 혼자 독백한다.
tarea2에서는 내가 말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감독관과 질문/답변을 가진다.
tarea3은 사진 묘사였고, 남/녀가 지도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tarea4는 역할극이었고, 감독관이 내 외국인 친구인데 한국에 방문해서 무엇을 하고 놀지 계획을 짜는 내용이었다.
말하기 파트가 끝나고 나서 망했다/잘했다 기분이 반반이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하고싶었던 말들을 전부 했기 때문이었다.
작문과 마찬가지로 내가 자신있는 문장들로, 문법적 실수 없이 말을 하는게 점수 따기에는 유리하다는데,
나는 내가 하고싶은 말을 전부 해버렸다. 감독관이 쿠바 가봤어? 가서 뭐했어? 물으면
문법은 아랑곳하지 않고 투머치토커가 되어 조잘조잘 말했다. 쿠바를 간게 언제였는데 가서 뭘 했고 아 맞다 그때 만난 친구가..
그 친구랑 내가 어딜 가서 뭘 했는데 근데 그게 마침 그렇게 되서.. 이런식으로 시험에서 적합한 말하기 보다는
여행가서 만난 외국인과 대화하듯 해버린 것이다. 중간에 단어가 기억 안나면 영어로 말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서 말하기 시험이 끝나고 기분이 묘했는데,
1)문법적 요소를 틀릴때 마다 감점한다면 난 무조건 탈락이다.
2)결국 언어란 의사소통이니 감독관이 어쨌거나 내가 하고싶었던 말들을 잘 전달하는 편이라고 느낀다면 합격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듣기에서 20점을 넘고, 말하기에서 10점만 넘자고 생각했던 계획이었는데
듣기는 14.17이, 말하기는 15.83이 나와서 딱 30.00이 나왔다.
감독관이 문법보다는 의사소통 능력을 중시했나보다. 다행이다 싶었다.
다른 후기에서처럼, 결과는 시험 본 사실을 잊고 있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메일로 도착했다.
간~신히 합격.
B1을 붙던 떨어지던 5월에 B2를 쳐볼 생각이었는데, 막상 B1을 붙고나니 동기부여가 된다.
3개월 정도 남았으니 슬슬 공부를 시작해야겠다.